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 한국교회 재정 투명성을 향한 제안 -

윤석표
2026-03-03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 한국교회 재정 투명성을 향한 제안 -

 

윤석표 이사장 (제이엔디 대표, 사랑의교회 장로)

 

최근 한국사회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흔히 세속화의 결과로 해석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교회가 사회적 공적 책임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공공성을 가진 공동체는 신념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운영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정이 있습니다.

 

재정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교회는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일부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신뢰는 사실 여부 이전에 구조에서 형성됩니다. 문제는 부정의 크기가 아니라 설명의 부재입니다. 설명되지 않는 구조는 의심을 낳고, 의심은 결국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훼손합니다.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는 이 문제를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이해합니다. 교회는 선의를 전제로 운영되는 공동체이지만, 선의는 제도로 보호될 때 오래 지속됩니다. 신뢰는 요청으로 유지되지 않고 약속으로 유지됩니다.

 

미국 교회를 포함한 여러 기독교 비영리단체 역시 같은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들은 규제를 강화하는 길 대신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자율적 재정 책임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핵심은 단순했습니다. “믿어 달라”라고 말하기보다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원칙이었습니다. 그 결과 교회는 의심의 대상에서 신뢰 가능한 공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 지점에서 주저합니다. 재정을 공개하면 신앙이 약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현실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불투명한 공동체에서는 헌금이 의무가 되지만, 투명한 공동체에서는 헌금이 참여가 됩니다.

 

특히 한국교회의 구조는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담임목회자가 존경받을수록 재정은 더 설명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을수록 공동체의 안정성은 개인의 인격에 달리게 됩니다. 이 구조는 목회자에게도 위험합니다. 개인의 신뢰가 공동체의 신뢰가 되는 순간, 개인이 흔들리면 공동체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정 투명성은 교회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목회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권한을 나누는 것은 권위를 약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의심을 분산시키는 일입니다. 신뢰는 인격에서 시작되지만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재정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회개 성명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회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은 선언으로 강화되지 않고 설계로 유지됩니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 비영리단체들도 중요한 전환점 앞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성장이 헌신에 기반했다면, 이제는 그 열매를 얼마나 건강하게 관리하느냐가 사역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현대의 기부자들은 사역의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의 정직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는 교회의 자율성과 공공성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신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운영의 신뢰는 강화되어야 합니다. 빛은 주장으로 드러나지 않고 드러남으로 증명됩니다.

 

이제 교회는 믿음을 말하기 전에 신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강단이 아니라 재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재정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각 교회와 단체는 정관과 재정 관리 규정을 점검하고,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적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뢰는 요청이 아니라 준비된 구조 위에서 형성됩니다. 이제 그 준비를 시작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