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축복인가 재앙인가

엄은숙
2024-09-23

돈, 축복인가 재앙인가

엄은숙 이사(정동회계법인 본부장)

 

많은 사람들이 돈을 축복으로 여깁니다. 필요를 충족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선한 일을 실천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이 우리의 삶에서 잘못된 자리에 놓일 때, 그것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의 가치를 왜곡하며, 하나님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할 때, 그 축복은 쉽게 재앙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돈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가르칩니다(딤전 6:10). 돈은 본래 중립적인 도구이지만, 우리의 마음가짐과 사용 목적에 따라 큰 축복이 될 수도, 영적 위험을 초래하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돈이 축복으로 변할지, 재앙으로 변할지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서도 재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회의 사역과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공동체의 안녕과 발전은 재정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크게 의존합니다. 그러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그것은 쉽게 재앙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한국교회의 재정비리의혹은 교회를 분열시키고 교회를 등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모 대형교회의 수 백억 원의 재정비리 의혹과 재정담당이사의 자살 사건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는 모두 투명한 재정관리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 재정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는 한국교회의 숙제였습니다.


교회문제상담소가 발표한 “2023 교회상담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회 분쟁 상담 중 '교회운영(정관 및 교단헌법) 문의'가 21.1%로 가장 많았고, '재정전횡'이 16.9%, '인사행정전횡'이 11.3%로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상담의 가장 큰 변화는 핵심분쟁 유형이 '재정문제'에서 '교회운영'으로 전환된 점"이라며 "매년 재정문제가 가장 큰 분쟁 요인이었지만, 그동안 예의주시해 온 결과 '세습과 재정전횡' 문제는 비교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매우 다행스러운 현상이지만,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재정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회계사로서 저는 재정이 올바르게 관리되고 투명하게 사용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날마다 체감하고 있습니다. 돈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정직하고 투명한 관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정이 불투명하게 관리될 때, 그것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명한 재정 관리는 교회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축복의 도구가 됩니다.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는 교회와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재정 청지기가 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협회는 교회가 재정을 올바르게 관리하고, 성도들이 헌금을 하나님 나라와 이웃 사랑을 위한 사역에 참여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돈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선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투명성과 정직함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성도들의 헌금이 선한 사역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사용되도록 하는 일, 그것이야 말로 돈을 축복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가 돈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사용함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로 삼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통해, 재정이 우리 공동체와 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돈이 축복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투명한 관리가 필수적이며, 이는 모든 신앙 공동체가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