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혼을 입히다

황호찬
2024-12-28

숫자에 혼을 입히다

황호찬 대표(탄자니아 선교사)

 

숫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대단한 발명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의 순간에도 창조사역을 끝날 때마다 숫자를 세며 엿새까지 창조가 이어진다. 이처럼 위대한 숫자이지만, 숫자 자체만 본다면 누구 편을 들지 않는 중립적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숫자에 사람이 개입하면 그 숫자는 혼을 지니게 된다.

 

숫자는 대게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데, 첫째는 숫자를 생성할 때이고, 둘째는 이 숫자를 이용할 때, 마지막으로는 숫자를 해석할 때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일 것 같지만, 사실 숫자를 생성할 때 그 숫자를 만든 사람의 의도가 알게 모르게 담겨진다. 즉 어떻게 어디서 누가 어떤 식으로 숫자를 생성했는가에 따라 숫자의 운명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중장부는 의도적으로 진실된 숫자를 왜곡하는 행위다.

 

숫자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본 자료는 동일하지만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숫자로 재탄생된다. 예를 들어, 통계청의 원천자료는 하나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경제지표가 좋게 보일 수도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동일하게 주어진 숫자라 해도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물컵에 물이 반절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사람은 벌써 반 컵을 마셨다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은 아직도 물이 반 컵이나 남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영업이익률이 10%라고 할 경우, 어떤 사람은 상당히 좋은 실적이라고 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실망스러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처음 숫자(회계정보)를 생성할 때에 진실을 최대한 담아내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비록 회계정보의 이용 및 해석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기초자료를 정직하고 진실 되게 기록하고, 회계원칙에 따라 분류만 해도 상당 부분 회계정보의 투명성이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교회회계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회계정보의 이용과 해석에서도 하나님 앞에 서있는 것처럼 정직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처음 숫자를 생성(회계정보의 입력)에서부터 진실 되게 작성되어야 한다. 만약 이 단계에 불의와 부정이 개입되면 나머지 모든 절차는 오류와 왜곡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