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형식

황호찬
2025-03-27

진실과 형식

황호찬 대표(탄자니아 선교사)

 

사물이든 개념이든 무엇이나 진실(truth, substance)과 형식(form)으로 나누어진다. 서울시에 위치한 중고 건물의 가치를 예로 들어보자. 건축한 지 5년 된 건물의 진실된 가치는 얼마인가? 국가에서 발행하는 기준시가, 감정사가 감정한 감정가액, 공인중개사가 제시하는 금액, 그리고 최근 거래된 실거래가액도 있을 것이다. 거래 당사자인 매도인이 원하는 금액과 매수인이 부르는 가격도 있을 것이다. 이중 어느 금액이 이 건물의 진실된 가치를 반영하는가?

 

이처럼 진실된 (혹은 참된) 가치 측정은 회계나 세법에서의 난제다. 세법에서는 건물의 참된 가치보다는 국가 경제 측면, 예를 들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시기마다 지역마다 기준을 달리하여 과세한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든 진실된 가치 측정은 불가능하다. 사실 동일한 건물을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건축가가 건축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가치 산정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재료나 인건비 혹은 제반 경비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실된 가치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인식한 회계 (accounting)는 이를 포기하고 대신 객관성을 우선한다. 예를 들어 5년 전 1천만 원 건물의 현재 가치를 측정하여 재무제표에 기록하는 대신, 5년 전 취득한 금액에서 5년 동안의 감가상각비(이 역시 실질적인 가치의 감소분이 아니라 인위적 배분에 따른 금액이다)를 차감한 금액을 재무제표에 기록한다. 이때 결정된 장부가치는 건물의 진실된 가치와는 다를 수 있다.

 

정리하면, 교회 회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년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재무제표에 기록하는 것은 편익(benefit)보다는 비용(cost)이 크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대신, 회계는 객관성과 계속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한 번 채택한 회계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할 경우, 그 이유를 재무제표에 밝혀야 한다. 이처럼 동일한 회계기준을 매년 적용할 것을 회계원칙으로 제정한 이유는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연도별 비교가능성이 높아져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