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려 함이라

이윤
2024-08-26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려 함이라

이윤 부대표(회계사, 정동회계법인, 사랑의교회 장로)

 

회계사인 필자는 10여년도 넘은 아주 오래전에 지방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던 고모님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인사를 주고받은 후 고모님께서는 섬기는 교회의 재정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잘 알 수 없어서 회계사인 조카에게 자료를 보낼 테니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섬기시는 교회는 성도들이 많지 않았고 고모님의 헌금이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듯했다. 아마도 헌신하신 헌금이 교회 사역을 위해서 제대로 쓰여져야 할 텐데 그 부분에 확신이 없으셨던 듯했다. 자료를 검토해 본 필자는 뭔가 명쾌하지 않은 부분들을 발견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서 고모님과 목사님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이 염려되어 한참 고민하다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본 협회의 홈페이지 설립취지 코너에는 고린도후서 8장 21절의 말씀이 적혀 있다. 이 말씀을 20절 말씀과 함께 보면 다음과 같다.

 

“이것을 조심함은 우리가 맡은 이 거액의 연보에 대하여 아무도 우리를 비방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20절) 이는 우리가 주 앞에서뿐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려 함이라(21절)”

 

위 말씀은 금전 문제에 있어서 의식하고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하나님뿐 아니라 사람도 해당함을 말해 준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므로 누구나 하나님을 의식하고 조심하려 할 것이나, 사람은 드러내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식하고 조심하는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해서도 항상 조심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세상 사람과는 달라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악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선한 일을 행함에 있어서도 오해와 비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울은 고린도로부터 예루살렘으로 헌금을 수송하는 일을 위해 한 형제를 더하여 보낸다(18, 19절). 내부 통제를 강화하여 비리(횡령)의 원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교회가 분쟁에 휘말리고 무너지는 가장 흔한 원인이 재정문제임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조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는 재정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사역 본질이 전도와 목양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 재정관리는 사역의 본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소홀한 재정관리는 교회가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고, 건전한 재정관리는 교회를 살리고 지속시키는 중요한 지지대일 수 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과거에 한 때 이탈 교인들로부터 재정적인 챌린지를 심각하게 받은 적이 있지만, 그 전부터 교회가 구축해 두었던 건강한 회계시스템(복식부기, 예산관리, 내부통제, 내부감사시스템 등)이 그런 모든 도전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의 교회들은 전반적으로 재정관리 측면에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취약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면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고, 또 괜히 투명한 재정관리란 명목으로 시스템을 건드렸다가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봐 변화와 개혁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고린도후서 8장에서 바울이 말한 것처럼 교회들이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기 위하여, 건강하고 건전한 회계, 재정관리시스템에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한국교회 분쟁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게 되고 교회들의 사회적 인식이 제고되어 교회들은 전도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교회의 건강하고 건전한 재정관리는 사역의 비본질이 아니라 본질의 일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