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정 투명을 위한 발걸음 - 복식부기

엄은숙
2023-08-20

교회재정 투명을 위한 발걸음 - 복식부기

엄은숙 이사(정동회계법인 본부장)

 

단식부기, 복식부기

회계를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하자면, 단식부기는 현금의 입금, 출금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반면 복식부기는 모든 거래에 대하여 차변과 대변이라는 항목으로 기표한다. 현금이 나가면 이는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지출일 수도 있고, 비용을 쓰기 위한 지출일 수도 있다. 또한 현금이 들어오면, 수익(헌금)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빌려서 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동일한 지출이어도 자산의 취득이면 계속적으로 장부에 자산으로 남아있어 계속적인 관리(재무상태표)가 되며, 비용의 지출이면 없어진 돈으로 기표된다(재무상태표, 운영계산서). 한편 수익이면 들어온 돈만큼 자산으로 관리되며(재무상태표, 운영계산서), 빌려온 돈이면 차입으로 기재되고, 현금은 자산으로 관리된다(재무상태표).

이처럼 복식부기에 의하면 수입, 지출, 자산취득, 부채 등이 양편(차변, 대변)으로 관리되어, 일정 시점의 재무현황을 나타내 주는 재무상태표와 일정 기간의 수입, 지출을 나타내 주는 운영계산서가 작성된다.

 

이를 교회 재정관리에 적용해 보자. 재무상태표를 통해 교회의 일정 시점의 재산상황을 알 수 있으며, 운영계산서를 통해 일정 기간의 수익, 지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거래를 양편으로 기록함에 따라 양편에 차이가 나면 이는 오류에 해당하므로 오류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단식부기에 의하면 단편적으로 입출금 내역만을 기록함에 따라 지출된 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에 대한 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 또한 오류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검증을 바로 할 수가 없다.

 

교회의 재정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복식부기의 적용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일부 교회들만 복식부기를 적용하고 있다. 대규모 교회 또는 재정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몇 중소교회만이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교회의 대부분은 단식부기를 적용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교회의 감사부 봉사를 하면서 고민을 해봤다. 1년의 자금거래가 크지 않은데, 꼭 복식부기를 적용해야 할까? 복식부기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 인적자원 등을 고려하면 그 효익이 클까?


모든 기업은 당연히 복식부기를 적용한다. 매출액이 0원인 회사도, 1년의 자금거래가 1-2억원에 불과해도 그렇다. 기업회계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야 회사의 재무관리가 제대로 된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주주, 채권자, 채무자, 과세 당국에 투명한 정보 제공을 위해 서는 필수사항인 거다.

 

교회는 어떤가? 어린아이부터 모든 성도의 헌금으로 운영된다. 교인만을 생각해도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교회의 복식부기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왜 교회는 복식부기를 하지 않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교회 복식부기 프로그램이 꽤 많은 것 같다. 내가 섬기는 교회만 하더라도 복식부기 도입을 위해 비용을 알아봤으나, 수백만 원의 설치비용과 매월의 프로그램 사용비용이 부담이 되어 바로 포기했다고 한다.

 

한재협에 제안하고 싶다. 한국의 모든 교회가 복식부기를 도입하도록 우리가 길을 열어 가면 어떨까. 먼저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복식부기 현황과 그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조사하고, 그에 따라 복식부기 도입을 지원하는 거다. 교회 회계 재정투명성을 위한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조성하고, 이 자금으로 중소형교회의 복식부기 도입을 위한 자금지원 및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실행을 위해서는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대형교회 및 취지에 동감하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 펀드를 만들고, 이 지원사업에 동참할 인력풀을 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새로운 길을 한재협이 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