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기부, 함께 생각해 볼 시간

박훈
2025-11-06

유산기부, 함께 생각해 볼 시간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상속재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상속재산은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어떤 분들은 자녀들의 안정된 미래를 위한 사랑의 표현으로, 또 어떤 분들은 생전에 다하지 못한 선한 일을 이어가는 방법으로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소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Legacy 10 제도 자세히 보기

영국은 2011년 예산안에서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Legacy 10'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2012년 4월 6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순재산의 10%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낮춰주는 내용입니다. 제도 시행 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015년 영국의 유산기부 규모는 약 5.7조 원(£3.0bn)이었는데, 2024년에는 약 8.5조 원(£4.5bn)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예상했던 세수 감소액(연간 약 1,130억 원)보다 민간 기부 증가액이 훨씬 컸다는 것입니다. 세수는 조금 줄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자선기금이 조성된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변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제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만 영국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속재산의 10%를 초과하여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해 주는 방안입니다.

'10%'라는 숫자가 크리스천들에게는 십일조를 연상시켜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십일조와 유산기부는 별개의 영역이며, 유산기부는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입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우리에게 상속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지혜로운 선택

상속 계획을 세우실 때는 먼저 가족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들의 교육, 주거, 생활 안정 등을 살피는 것은 부모로서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 위에서 각자의 형편과 마음의 감동에 따라 일부를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유산기부를 생각하신다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열린 대화의 시작

유산기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계기로 가족들과 함께 '우리에게 재산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이 기도와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것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각자의 상황과 소명에 따라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